하즈

무자제력의 하즈

HAZ_ 2015. 12. 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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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님은 원래 초밥도 맥주도 굳이 찾아 드시지는 않는 분인데, 엊그제 쯤에는 난데없이 초밥에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본디 초밥이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고 그래서 2015년 마지막 회동이 될 오늘 무조건 초밥을 먹어야 했는데... 월요일 홍대는 대부분 초밥을 팔지 않더라고. 두군데나 허탕치고 돌아서려던 찰나에 마지막으로 발견한 초밥집에서 뜻밖에 대형 초밥을 건졌다. 내 인생 베스트 5 안에는 들 것 같은 맛있는 초밥. 공장장님은 원하던 대로 맛있는 초밥에 맥주를 벌컥벌컥 (...?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들이키며 행복해 하셨고, 지난 주말 내내 과식을 했던 나는 늘어난 위장에 가차없이 초밥 2인분을 들이부었다. 축약하자면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다는 말이다. 회가 너무 크고 두꺼워서 입안에서 잘 씹히지 않는다는 즐거운 불편함만 빼면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그리고 이게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재시작한 한 입다이어터의 일기 ㅋㅋㅋㅋㅋ 

  

시간이 없어서 엄마에게 양말을 부탁하면 묶음으로 사오신다. 엄마한테는 켤레 단위가 없는 걸까... 똑같은 양말이 10켤레 20장씩 있으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고.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면 다른 것과 짝을 맞추면 된다. 한쪽이 구멍나도 다른 한쪽은 살아남을 수 있다. 좋은데 단점은 굉장히 지겹고... 뭔가 양말을 잘 안갈아신는 애가 되는 것 같다. 겨울엔 항상 양말을 신으니 그나마 회전이 좀 되지만 여름엔 거의 샌들에 슬리퍼 신고 다녀서 여름양말은 몇년이 지나도 새것과 같은 지겨운 상태. 몇년 전부터 패션양말 니트양말이 유행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 집에 쌓인 양말 생각을 하면 구경할 엄두도 나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작년 겨울에 신다가 날이 더워지면서 어딘가 양말을 잔뜩 넣어둔 것 같은데 다시 꺼내서 신으려니 어디론가 싸그리 사라져버렸다. 그래봤자 아직 포장도 안뜯은 새양말은 남아있지만.. 어쨌든 드디어 나도 양말을 살 구실이 생긴 것이다. 오늘 부러 양말가게 찾아가서 양말 두 켤레를 샀다. 아직도 바지 위로 양말 올려신는 패션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귀여운 양말 대열에 합류했다는 게 괜히 기분이 좋았고. 이것들은 한쪽이 없어지만 다른 한쪽은 버려지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기분 조금.

 

거의 1년을 찾아 헤메던 스타일의 롱 체크셔츠를 드디어 찾았다. 내가 다니는 동선에는 없는 브랜드라 고심하다 일단 사고 봤는데, 지금 입기엔 계절감이 약간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여기에 겉옷을 뭘 입어야 하는지 구매한 직후부터 아직까지 고민중... 여자 옷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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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이앱은 홍대 길거리 한복판에서 맞았다. 뭐 서서 볼 건 아니라 집에가서 보자며 금새 끄긴 했지만. 세븐틴은 홍콩의 번화가 같은 길에 있었나본데, 열 세명이나 되는 남자애들이 복작복작 구경하고 군것질 하고 다니는 게 꼭 수학여행 와서 구경다니는 학생들 같아서 귀엽다. 세븐틴에게 브이앱은 어떤 방송일지 궁금하다. 보통은 아무리 무 포맷의 자유로운 방송에 스태프가 붙어있다고 해도 일단은 생방송이고 출연자 쪽에서 일방적으로 컨텐츠를 채워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어제 브이앱은 실시간으로 봤는데 자꾸 앞에 놓인 먹을 거에 정신 팔리는 애들 집중시키는 에스쿱스가 이거 방송이니 여기 집중하라는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럼에도 거기에 집중하는 건 에스쿱스 호시 우지 뿐인 것 같아서 더욱. 영희 1편부터 느낀거지만 브이앱을 좀 셀카처럼 흘러가는 대로 찍어도 될 것 같은데 자꾸 뭔가를 해서 이벤트를 만들려 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방송은 어땠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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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에스쿱스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샤이닝 다이아몬드 쿱스직캠을 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낀다와 샤다 직캠은 풀샷부터 각 멤버 개개인 직캠까지 거의 외우다시피 봤는데, 아낀다는 원래 다들 신나게 하니까 제껴두고 샤다 무대를 쿱스처럼 신나게 하는 애가 없었다. 노래가 신남과 별개로 그 아이는 그냥 자기가 서서 춤추고 랩하는 이 무대가 자체가 너무 신나는게 눈에 막 보이니까 덩달아 나도 신나서 막 눈으로 좇게 된다. 내가 본 쿱스 무대는 거의 전부가 그랬다. 언젠가 비오는 날 무대에서 안무 하다 미끄러질뻔한 쿱스 직캠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쿱스는 그냥 웃으며 비명지르고 넘어갔었다. 누군가는 완벽한 무대를 보이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되었을 법한 상황이 걔한테는 넘어질뻔 했던 게 웃기고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게 좋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스무번의 무대보다 실수투성이어도 하는 사람도 보는 나도 즐거운 한번의 무대가 훨씬 좋고, 앞으로도 그랬음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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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예를 들어 우지는 투샷이 어울리는 애들과 그렇지 않은 애들을 구분지을 수 있다. 나만의 궁예질로 얘랑은 친한 것 같고 얘랑은 데면데면할 것 같다는 부류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쿱스를 놓고 해보면 그렇지 않다. 누구와 붙여놔도 잘 붙는다. 서로 말도 몇마디 못 섞을 것 같은 멤버가 없다. 열두명이나 되는 고만고만한 사내자식들을 모아놓고 반장노릇을 하는 여간 녹록치 않은 일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 한명 한명 잘 다독이고 신경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나는 두달동안 세 명의 기분을 살피는데도 기가 빠졌었는데 몇년동안, 그리고 앞으로 몇년이나 더 나보다 '우리 애들'을 신경쓰는 쿱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누구하나 삐딱선 타지 않고 한 곳을 향해 집중시키는 것은 물론 따르는 자들의 믿음도 있겠지만 전적으로 리더가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핫질 세븐틴 다이어리 1편을 얼마전에서야 봤는데 그때도 쿱스는 부족한 자신을 따라와줘서 고맙고 자기가 더 잘하겠다고 했었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졸린 눈 반쯤 떠가며 중얼중얼 말하는 게 쿱스라서, 승철이같은 다정하고 따뜻하고 또 강한 사람이라서 세븐틴은 리더를 참 잘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