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용

오늘의 떡밥 리턴즈

꽁장장 2015. 12. 22. 00:28



지훈이도 교복 입혔으니 승철이도 한 번 입혀야겠지. 뭐 그게 아니더라도 인기 힙합가수 에스쿱스는 컨셉으로라도 한 번 입을 것 같구요. 큐앤에이 같은 곡으로 다른 걸그룹 멤버랑 조인해서 활동한다든지 하면 좋겠다. 그리구 큐앤에이는 당연히 지훈이한테 받은 곡이구요. 가사가 아무리봐도 쿱지 썸탈 때 같단 말이지.



이런 비주얼로다가. 둘 다 좋지만 개인적으론 차이나칼라가 더 멋쁨터지는 것 같구요. 저렇게 스타일링하고 활동하던 날, 셀카 찰칵찰칵 찍어서 지훈이한테 보내겠지?

회사에서 같은 소속사 주력 걸그룹 멤버 엮어준다고 했을 때만해도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어리고 예쁜여자애랑 나와서는 무대에서 알콩달콩하는 시늉하니까 지훈이도 꽁해지겠지. 이 뜨뜻미지근한 불쾌함은 뭐지? 하고 고민하다 질투라는 걸 알고 충격받을 것 같은 지훈이. 지난 연애사에서도 질투 ㅈ 자도 모르던, 쿨하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시크한 도시남자가 나였것만. 질투라니 천하의 이지훈이.

그렇잖아도 그렇게 심기불편한 와중에 제가 가사 써준 곡이 또 빵 터져서 음원차트 올킬, 가요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다니고, 꾸준히 연락이 오긴하지만 승철이가 몰아치는 스케줄에 워낙에 바쁘니까 전 같지는 않겠지. 얼마 전까지만해도 나만의 남자 같았는데 이제 여기저기 에스쿱스란 이름이 들려오고 하다못해 학교에 가도 제자들한테 전보다 에스쿱스에 관한 질문이 많아져요. 본인 이미지를 아는 지훈이는 어디가서 남자친구 흉도 못보고 혼자 보글보글 속을 끓인다. 질투심이 보글보글 끓어 넘친다. 근데 이런 감정에 속을 끓이는 본인이 너무나도 생소하다. 괜한 자존심이 무지 상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습니다. 물론 승철이한테 말도 안하고.

여행을 즐겨하는 지훈이는 본래 여행지도 신중히 선정하고 준비도 꼼꼼하게 하는 편인데다 숙소도 거의 잠만 자는 용도인지라 게스트하우스나 깨끗하고 저렴한 호텔이면 되는 소박한 여행자인데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가까운 동남아를 여행지로 놓고 숙소도 꽤 좋은 곳으로 예약해버린다. 이번 여행테마는 힐링이라고 혼자 주장해보면서. 이건 충동적인게 아니라고 스스로 설득한다. 과연 그럴까 지훈아?

봄방학이 되었고 지훈이는 여전히 풀어질 줄 모르는 꿉꿉한 마음을 안고 짐을 싸는데 대세놀이 하느라 잠도 차 안에서 쪼개가며 한 두시간 자던 승철이가 하루 받은 휴일을 애인과 아낌없이 쓰고자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지훈이 집으로 퇴근했다가 짐가방을 보고 묻겠지. 형, 어디가?

여행 가.
언제?
이틀 뒤에.
그렇게 빨리? 나한테 말고 안 하고? 다음 여행은 나랑 가기로 했잖아.
내가 언제 너한테 일일히 보고하고 여행 다녔어? 새삼 왜 그러냐,

승철이가 정말 지훈이 앞에선 등신같을 정도로 맥을 못추는 팔불출인데 이건 봐넘어가 줄 일이 아니라서 처음으로 제대로 화내겠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진심이야?

평소엔 꿀 떨어지는 그 다정한 눈이 정색하면 또 얼마나 무서울거야. 부리부리해가지구. 천하의 이지훈도 움찔하겠지. 그 놈의 자존심은 있는대로 세우느라고 뭐가 꼬여서 이러는지 말도 못하구. 그렇게 짐 가방 다 싸놓고 입을 꾹 다문 애인 앞에 두고 승철이는 한숨만 푹푹 쉬다가 돌아가겠지. 막상 그런 승철이 얼굴을 마주하고 하니 분명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알겠는데 사과를 하고 싶기도 하고 안 하고 싶기도 하고 그냥 좀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러고 있는 꼬라지가 너무나 유치해서 밤마다 하이킥을 해댄다.

꼬박 하루를 승철이도 연락이 없더니 떠나기 하루 전에야 아직도 화는 덜 풀린 게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투로 언제 출발하냐 항공사는 어디냐 어디로 가냐 꼬치꼬치 물어요. 근데 끝내 잘 다녀오라는 얘긴 안해주니까 그건 또 그거대로 서운한거다. 그래도 뭐 지른 건 지른거니까 짐과 함께 무거운 마음도 질질 끌고 나오는데 승철이가 캐리어 옆에 세워두고 대기하고 있겠지. 쳐들어왔다가 싸우고 돌아간 엊그제도 그렇고 요 한동안은 빡시게 스타일링한 에스쿱스라든가 카메라마사지 제대로 받아 티비 브라운관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에스쿱스랄지만 봐오다가 노메이크업에 후드 뒤집어쓰고 야잠 입은, 이제야 내가 아는 그 최승철이를 보니까 지훈이는 또 살짝 안심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앞뒤없이 불퉁거리는 애인 뭐가 이쁘다고 만날 져주는 남자친구가 못내 사랑스럽겠지. 꽁꽁 엉킨 속내고 질투고 뭐고 사르르 녹겠지.



한 편 지훈이와 싸우고 박차고 나온 승철이는 휴일이고 뭐고 그 길로 회사로 도로 들어가서는 부승관 매니저(이하 뿌매니저) , 실장님, 사장님 앞에서 드러눕고 땡깡부리고 진상 오브 진상을 부려 이틀동안 감당할 수 있는 스케줄이란 스케줄은 다 뛰고 미친듯이 일하고 휴가를 얻어낸다. 그것도 활동 막바지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덕분에 인기가수 에스쿱스의 로드매니저 부씨도 함께 죽어난다. 뿌매니저 힘내요...

사실 그렇게 패기넘치게 따라왔어도 스케줄 아니고서야 이렇게 회사 사람들도 없이 비행기를 타본 일이 없는 여행초보자 최승철이는 마냥 신기해 하다가도 그 동안의 피로누적으로 정신 못차리고 기절할거구 그런 승철이를 지훈이는 안쓰러워하겠지.



숙소 도착해서도 정신 못차리다 침대에 저러고 엎어져서 잠들어버리면 지훈이가 또 짠해가지구 왜 이러고 자냐며 자세 편하게 잡아주고 이불 덮어주고 자기는 팔 세워서 턱 괴고 모로 누워서 자는 승철이 얼굴 마음껏 볼 것 같다. 자알~ 생겨가지구 이렇게 보고 있어도 구경할 거 많은 남자친구. 착해빠져가지구.

오후 다 되어가도록 깨우지 않아서 푹 자고 일어나면 지훈이가 옆에서 책을 읽던 뭘하든 옆에 같이 누워서 소소하게 자기 할 일 하고 있을거구. 어차피 계획없이 온거니까 둘이 호텔 휴양이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 이미 와본 적이 있다던 지훈이 따라서 야시장도 구경하구 신기해하고 하루종일 붙어다니니까 얼마나 좋을거야.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예뻐죽겠는 남자친구를 또 아침부터 보잖아. 좋아죽겠잖아.

해외니까 꺼릴 것 없이 손도 잡고 다니고 소소한 간식거리도 (주로 승철이가 지훈이) 입에 넣어주고 아주 그냥 신혼여행 나셨다.

진짜 꿈같은 3박 4일을 보내고 돌아가기 전 날밤이야 되서야 지훈이는 지금껏 꽁해있던 이유를 쑥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해하는 마음으로 고할거고 그런 남자친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승철이는 안고 침대 위를 구르겠지. 이러기 있어? 형 너무 귀여워 반칙이야. 우리 형 어쩌냐 진짜.. 하고 좀 놀리듯이 굴다가 적당히 했어야 하는데 우리 형 우쭈쭈를 과하게 한 결과 남자친구께서 저 밑에 잠재워 놓은 학생주임을 소환하는 것으로 마무리됨ㅋ

여행 다녀와서는 승철이보다 먼저 아는 사이인 뿌매니저한테 연락이 왔다. 승철이가 지훈이에게 수작 및 작업질을 하던 시절에도 승관이는 무언가 연락수단을 만들기 위한 사적인 용도로 심심찮게 거론됐었는데 둘이 사귀기 전에도 그르케 귀찮게 하더니 둘이 연애 시작하고서는 대놓고 귀찮게 한다. 사장님 저 월급 더 주세요.. 최승철 때문에 못살게써.. 특히나 이번 땡깡으로 명줄이 줄어든 것 같은 뿌매니저는 지훈이에게 하소연조로 그런다.


나는
세상에서
최승철이 제일 꼴뵈기 싫었거든
근데 요즘 두 번째 후보가 생겼어
축하해
형이야

지금 누구는 연애도 못하고 누구 뒤치닥거리하느라 쎄가 빠지는데 정작 뒤치닥거리 받는 연예은 S모씨는 벤츠남 코스프레한다고 엄한 지훈이한테 칭얼칭얼거리겠지. 지훈이는 미안하기두 하구 이 철없는 남친을 어쩌나 싶기두 하구 승관이 따로 불러다가 맛있고 비싼 밥이라도 맥일 것 같다. 우리 뿌매니저 볼 빵빵하게 음식 우겨넣고 억울해 죽겠는 얼굴로 내가 지챠 형 바서 참는거야... 둘이 밥 먹는 거 알고 승철이가 냉큼 쫒아와서 합석하는 거 승관이가 기겁하는데 승철이도 이번 건 진짜 지가 미안하니까 지훈이가 계산하려던 거 지가 할 것 같다. 그러면서 형이 얘를 왜 챙겨. 내가 알아서 해. 형은 나만 챙기면 돼. 우리 승관이 옆에서 짜게 식어갑니다. 힘을 내요 슈펄퐈워 뿌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