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즈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HAZ_ 2016. 1. 21. 10:50

보통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사람은 스스로가 자기 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즘 나 하는 거 보면 그 말 그대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관리 (라는 단어가 우습긴 하지만) 당하던 입장에서 관리 하는 입장이 되고나니 나를 구성하는 성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꽤나 독립적인 성격이라 관리 당하던 시절에도 위에서 나에게 관심 꺼줬으면 해서 최대한 손 안가고 신경 안쓰이는 애가 되도록 했고 관리 하는 입장인 지금도 솔직히 애들이 어떻게 크든말든 내가 신경쓸 바가 아니라고 생각함. 상대는 나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이 다 무슨소용이랴-가 내 인생모토임에도 요즘, 팔자에도 없던 면담을 하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거 어렵다 진짜...

어제 중간 위치 쯤 되는 한 아이가 선배한테 크게 실수를 했는데 또 그게 그 사이에 끼인 나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 분노에 차 있던게 시작이었다 퇴근해서 집에와서 씻고 잠들때까지 화가 가라앉질 않아서 오늘 만나면 니가 그동안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따져주리라 다짐했던 것... 나한테는 매우 없는 일인데 사실 이게 어쨌든 나도 내가 잘못했더라도 남이 싫은 소리 하면 일단 싫고 보기 때문에... 글고 나랑 평생 같이 일할 것도 아닌데 사람 개조해서 뭐하나 어차피 개조 되지도 않고 이런 연유로 보통은 실수하면 일갈이나 하고말지 애들에게 깊이있는 지랄은 안하는 편이고 그래서 애들은 내가 뒤끝이 없다고 생각함(???) 암튼 그런 성격인데 애들을 하나씩 불러다 앉혔으니

전날밤엔 분기탱천하여 이렇게 저렇게 말해야지 시뮬레이션 했지만 막상 만나서 애들 이야기 들어보고 얼굴표정 보면 함부로 말 못하겠는 것이 현실... 각자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상대의 생각은 내가 알고있는 것과 다른 방향이며 이성이 돌아오고나서 보니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님.. 커뮤니케이션 하다보면 분기탱천한게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왈왈크르렁 으로 시작했다가 깨갱끼이잉 으로 끝나는 것이 나의 면담방식이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끝엔

내가 뭐라고 ㅠㅠ

가 있는 거다 걔네도 각자의 삶과 그에따른 가치관이 있을건데 진짜 내가 뭐라고... 고작 2~3년 일 더한 것 뿐인 연배도 고만한 여자사람이 해보면 얼마나 더했고 살았으면 얼마나 더 살았다고 훈계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누군가의 후배고 아직 배우는게 더 많은 한마리 일개미 일 뿐인 것을...

넘 졸려서 더 못쓰겄다


- 추가

물론 내가 그들에게 2~3년 먼저 일한 사람으로서 노하우나 요령을 알려줄 순 있겠지만 사회생활이나 너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나리는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것. 그러나 어제의 나는 그러한 꼰대짓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고요... 입 밖에 꺼내지 말아야지 했을지언정 한번 입을 떼고 나서는 내 나름대로 나의 경험과 지나온 고민들과 최대한의 진심을 털어서 조금이라도 애들에게 도움이 되었음 좋겠는 말을 하지만 듣는 자들이 얼마나 수용할지는 모르겠다 알면 상처받을 것 같기도 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는 것...

그러고보면 정말 그냥 쌩막내일때가 좋았던 것 같다 아래로 사람이 쌓이면서 가장 적응 안되는 게 아랫사람의 성격과 능력과 다른 아랫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그들을 효율적으로 부려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거 뭐 퀘스트도 아니고(....)

어쨌든 나는 직장인의 성질은 못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