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다보면 새삼 지훈이가 쓰는 예쁜 가사들이 너무나 좋을 때가 있다. 오늘 외출하면서 재생버튼을 눌렀는데 딱 이 가사가 나왔다.



이건 내가 너무 귀찮아하기도 하고 직업인 이상 손에 물을 자주 댈 수밖에 없는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겨울이 되면 손등이 좀 심하게 튼다. 어느 정도냐면 특히나 오른손은 트다트다 터져서 자잘하게 딱지가 앉잤다 벗겨졌다 반복하는 정도? 근데 이상한 게 이번 겨울엔 하나 더 얹어서 습진이 생겼다. 손등은 건조해서 피까지 보는 마당에 습진이라니. 진짜 이상한 건 세번째와 네번째 손가락 사이에만 생겼는데 오른쪽은 얼추 나았는데 왼쪽은 일부러 더 꼼꼼히 닦아내고 하는데도 아직 났지 않고 있다. 왜지.



어,그리고 15년 어워드하면서 넣으려고 했는데 빼먹은 게 있더라고. 좀 더 모으면 아예 게시물로 박제하려고 했는데 너무 하즈님 수치플 하는 것 같아 참았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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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사랑받고 사는 공장장입니다.



2015년 마지막 날은 어떻게 보냈냐면 전날 뭘 잘못 먹었는지 새벽 내내 배앓이를 하다 약을 먹고 손을 따고도 체기가 도무지 내려가지 않아 잠도 못자고 출근을 했다. 하긴 했는데 조퇴하긴 힘든 상황이고 등 뒤로 식은땀 나도록 서있기도 버거워서 결국 병원가서 링겔 걸어놓고 두 시간이나 누워있다가 와서 근무했다. 15년 마무리가 아주 알차다며 욕을 씹어가면서 누워 잠을 자나마나 하는데 동네 병원 회복실은 분리가 되어있다고 해도 그 문과 벽이 파티션수준이라 애들이 병원 내에서 뛰어놀고 소리지르는 게 내내 들렸고 그걸 다 주워듣고 잤더니 링겔을 다 맞고도 머리가 징징 울려서 종일 몽롱한 상태로 있다가 새해를 맞았다구 한다.



그 날 이후로 며칠은 커피 한 잔도 무서워서 제대로 못 마시고 한 잔을 가득 타놓고 몇 시간을 걸쳐서 먹었는데 그러고 있는 내가 미련하고 애잔하게 느껴짐ㅋ



그러고 일주일을 내리 풀근무를 뛰고 쉬는 오늘은 오후 두 시까지 자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아침 10시부터 잠이 달아나서 억울했다. 평소에는 정말 두 시까지도 잠이 안 깨서 일부러 억지로 일어나 앉아있는데 말이야. 오늘은 퍼지게 자려고 다짐하고 하루 버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놓고 커피마시러 나오느라 이불밖으로 벗어나는데 7시간이나 걸려 해가 다 지고서야 나왔다. 요 한 2주동안 쓸데없이 아프고 기분도 별로 안 좋고 내내 좀 우울했는데 나와서 커피 마시면서 시간 버리고 있으니까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 나는 온전히 날 위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충전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알아오면서 요즘만큼 공유하는 게 많았던 날들도 없는 것 같은데 하즈님의 얘기를 통해 들으면서 정리해보면 나 참 까다로운 사람이지 싶다. 잠도 잘 못자고, 못 먹거나 안 먹는 것도 많고 은근히 자주 아프고. 근데 더 웃긴 건 하즈님을 통해서 듣기 전까지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딘 사람인줄 알았어요....


오늘의 마무리는

커피마시면서 노래를 듣는데 가을방학의 아이보리가 나왔다. 가사가 오늘의 떡밥 이지훈 선생님을 생각나게 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괜찮은지 그리고 행복한지, 하고 노래로 묻는 게 꼭 승철이랑 연애 시작하고 몇 년쯤 되서 직접 말은 못하고 노래로 표현할 이선생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해, 알고있지. 이제는 곧 봄이야. 하는 가사 끝까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