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이만저만한 사정이 생겨 10월에 쓰려던 휴가를 당겨서 써야할 일이 생겼다. 휴가 결정이 되자마자 사실 별 고민도 없이 다시 방콕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작년엔 준비도 꽤 열심히 해갔고 사진도 나름 열심히 찍어서 여행기 담은 작은 일기장 꽉꽉 채워왔는데 이번엔 비행기표와 숙소만 결제해놓고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다가 다녀온 휴가라 그런지 작년처럼 생각만큼 재밌지 않았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사실 혼자가서 좀 외롭기도 했고.



이번엔 대한항공을 탔는데 기내식도 그렇고 (진짜 맛없...) 티비 컨텐츠도 그렇고 아시아나가 더 잘 되어 있더라. 아시아나 탔을 땐 이것저것 볼만한 컨텐츠 많았는데 별로 볼 게 없었구요. 이상하게 버스나 차 안에서 잘 자는 편인데 비행기에서는 그렇게 못자겠는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날엔 진짜 피곤해서 딱 기절할 것 같은데 도무지 못자겠어서 깨어서 돌아왔는데 웃긴 게 집에 가려고 공항 리무진버스 타고서 기절하듯이 잤다. 이 무슨...?

아무튼 내가 휴가 가 있는 동안 방콕은 송크란축제라고 해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축복하는? 그런 축제 기간이었고 그래서 유난히 젊은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선 워터파크에서나 볼법한 물총이며 방수팩을 매고 돌아다니는 걸 많이 봤다. 나도 누군가 일행이 있었으면 좀 그 사이에 껴볼법도 했는데 네 저는 혼자 갔구요 존나 쫄보구요. 늦은 밤에 야시장 분위기를 즐겨보려고 카오산로드를 갔다가 이건 뭐 앞뒤옆으로 꽉꽉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서 물 맞아가면서 한바퀴를 떠밀리듯이 돌다가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상가들은 문을 닫고 온갖 펍들만 열려있고 한쪽에서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본인들 나라 음악 틀어놓고 따라 외쳐 부르며 맥주 마시고 반대쪽에선 서양언니오빠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춤추고 있는 광란의 현장...



그 사이에 떠밀려 다니면서 캐릭터물총을 파는 앞을 지나가게 되서 사장님 딸에게 하나 쥐어줄 요량으로 보고 있다가 하나를 집어들었더니 뭔 살펴보기도 전에 너 이거 살거지? 서비스로 물도 채워줄게! 를 재빠르게 시전하사 포장 뜯어서 내 손에 쥐어주셨고 난 얼떨결에 그걸 샀곸ㅋㅋ

그러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택시 기다리고 있는데 왠 외국인커플이 와서 내게 맥주을 쥐어주고 갔다. 영못알이 대충 알아듣기로는 새 맥주인데 내가 너무 많이 취해서 못 먹겠으니 너 먹으라며. 안전한 거니까 걱정말고 먹으라며 신신당부하고 쥐어주고가서 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 특히나 개봉된 건 입도 대지 말고 버려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마셨고 별 일 없었는데 이 얘기를 들은 내 친구는 '살아돌아왔으니 웃으면서 얘기하지?' 라며 날 혼냈닼ㅋㅋㅋ



숙소와서 신라면에 맥주나 까고. 와인잔에 따라놔서 와인처럼 보이나 호가든로제라는 맥주인데 난 하도 맛있다길래 우리나라 과즙맥주쯤 될까 싶었더만 그냥 색만 핑크인 담백한 맛의 맥주였다. 심지어는 도수도 엄청 낮은지 저거 한 병 다 비워도 얼굴조차 붉어지지 않더라.

아니 사진첩을 열어도 사진을 하도 안 찍어서 올릴 게 없네. ​





가족이나 친구들 단위로 오는 샤브샤브 레스토랑이 혼자 들어가 꿋꿋히 씩씩하게 밥도 먹는다. 혼밥쯤이야 뭐.



로띠 먹겠다고 아시안티크를 헤매이다가 진짜 나중엔 욕이 터져 나와서 시발 안 먹어 하는 중에 포기하니까 나타난 로띠... 하고 달달하니 맛있다 그래서 기대했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그저 그랬다.

아니 쓰다가 흐름 끊겨서 다시 쓰려니까 뭐 생각도 안 나고.

콘라드는 지난번에 갔을 때 엄청 좋았던지라 재방문했던건데 지난번보다 감흥이 없었던 것도 있었다.

방콕은 여전히 몇 번은 더 가보고 싶은데 다음번엔 혼자 안 가고 싶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너무 정신없이 떠나서 그런가 준비를 안 해가서인지 좀 내내 쓸쓸했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