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8. 20:14

'신발 끈 풀렸다'

우리가 그런 걸 물을 사이가 아니기는한데 형식적인 안부 인사도 없었다. 아예 얼굴 안 보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언젠가는 마주치겠지, 하긴 했지. 아마 형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치고도 꽤 오래 못 봤다.

그래서 나도 안부 같은 거 안 물었다. 내가 없어도 형의 세계는 같은 모양으로 흘러갔겠지. 형이 없어도 내 세계가 온전했던 것처럼.

말 끝나기 무섭게 주저앉아 신발끈을 묶어주는 머리꼭지. 늘 화려했던 머리카락이 얌전히 제 색을 하고 있다. 잦은 변덕으로 푸석푸석하던 머리가 매끄럽게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신발끈 매듭을 예쁘고 야무지게 매는 하얀 손가락을 본다.

'형, 우리가 왜 헤어졌지?'

그 때 나는 형이 너무 좋았다. 누구를 이렇게 벅차게 좋아하면 병이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사실 알게 될만큼. 형의 모든 것이, 형의 모든 세계가 다 내 것이길 바랬고 내가 믿는 것에서 조금이라도 틀린 것이 있으면 화를 냈으며 또 집착했다.

형은 그런 날 묵묵히 받아주고 참아줬다. 내가 물어서 남기는 손목의 상처가 지워질틈없이 새로 생겨나도 그것이 내 것이라는 증표라고 말할 때에도 형은 날 받아냈고 날 좋아해서라는 걸 알았지만 나는 우리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천천히 데워져 오래가는 형과 지나치게 뜨거웠던 나. 내가 나 스스로를 모조리 태워버리고 나서야 이 사랑이 비정상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더 미치기 전에 형을 놔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허리를 펴고 일어난 형이 날 보는 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토록 다정하다.

'내가 널 힘들게 해서.'

아니 내가 형을 너무 사랑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