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맞이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한 달에 책 한 권, 영화관가서 영화 한 편 보기와 블로그에 하나 이상 일기 남기기 였는데 앞에 둘은 네 뭐 실패했구요, 마지막 하나 일기라도 남겨보려구.

큰 이벤트도 없고 좋은 기억이 아니면 굳이 기록하고 곱씹어서 내내 괴롭지 말자 싶어 그간은 기록을 안했는데 그랬더니 특히나 지난 해는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나, 싶어지더라. 그래서 짧긴 길든 뭐라도 남겨야 나중에 뭘 했는지 기억이 날 것 같다.

1월은 뭐 직장에서 어린이체험교실 준비하느라 바빴고 그 어린이집 요구 맞춰주느라 사장님과 원장님 사이에서 눈치보느라 내 등만 터졌고 내내 일찍 출근하느라 피로곰을 어깨에 얹고 다녀서 일주일에 하루뿐인 쉬는 날 거의 집에 엎어져 있었다. 올해 첫 외출이 지난주에 그것도 하필 가장 춥다는 날 하즈님을 만나러 합정에 갔던 거였을 걸.

맞아, 가장 추웠던 지난 주에 수도가 얼어 뜨거운 물이 안 나오더니 그 다음 날에는 보일러가 고장나서... 아 놔. 그렇잖아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냄비에 물 데워씻느라 더 일찍 일어나야하는 아주 괴로운 삶을 잠시 살았다ㅠㅁ ㅠ
아무튼 첫 해 시작부터 지랄도 이런 지랄이.

작년 11월부터 올해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아주 사장님 기분에 맞춰 존나게 깨졌다가 사이 좋았다가 또 존나게 깨졌다가를 반복하느라 제 자존감은 아주 넝마가 되었구요. 일 하느라 괴로워서 우는 건 어릴 때나 하고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몸이 힘든 게 아니라 감정노동으로 시달리니까 울게 되더라. 엄마 얼굴 보자마자 울고 퇴근 길에 남들 볼까봐 후드 뒤집어쓰고 삼켜가며 울고 집에 와서 엄마 속상할까봐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아주 그냥.

물론 혼난다고 다 우는 건 아닌데 이게 좀 내가 진짜 못해서 존나게 까이는거랑 혼내는 사람 기분이 조가타서 혼날 게 아닌데 까이는 거랑 구분 정도는 저도 하고요 사장님. 제발 집안의 우환이 있거나 개인사 있으시면 매장와서 인상쓰고 분위기 뭣같게 만들어놨다가 사람 잡지 마시고 해결 좀 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피말라 죽기 전에요.

그렇잖아도 어디가서 누구한테 져볼 일 없는 인상의 등치를 가지신 분이.

아무튼 그래서 이 일 더 오래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요즘 좀 바뀌고 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이 일 접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걸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와 술술 쓰고 있는 것보니 생각보다 더 스트레스 받고 있나봐,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작년 10월에 탈색빼고 염색하고 방치했다가 너무 노래가 샛노래졌길래 재탈색하고 언젠가 쓰고 남았던 컬러트리트먼트를 싹싹 털어서 했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노랗고 파랗고 알록달록한, 우리 사장님 표현에 의하면 90년대 아이돌 같았던 머리를 드디어 어제 단정하게 바꿨다. 이렇게 어두운 색 덮어본 거 거의 1년만인 것 같고 나 증말 헤어 어두운 색 안 받지만 여권갱신 때문에 사진 찍어야하니까 흑흑.



엉망인 머리이긴 했는데 가끔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좀 아까워서 사진 찍어뒀는데 후드 쓴 것도 있지만 컬러 대박 안 잡혔네. 파란 부분은 진짜 새파란색이었는데.

또 써둘 게 뭐가 있을까. 아, 요즘 그나마 내 숨통을 틔여주는 건 덕질인데 내가 살면서 빠순이질을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고 쓸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공식팬클럽 가입을 다했.. 그냥 공식 그거 좀 해보고 싶었어요. 요새 덕심이 너무 충만해서 비공식 몬베베 말구 공식 몬베베 그거 해보고 싶었어ㅠㅁ ㅠ

나 참 살다살다....ㅋ

그래서 제가 요즘 열심히 미는 커플은



얘네 입니다. 켠꿍 혹은 햄꿍이라고 불러요. 저는 덕질에 호모질이 빠지면 안되는 자라 하하. 나름 마이너는 아닌 것 같구 그래서 쪼끔 행복해 하는 참이야..

공장장의 1월은 이케 밑도끝도 없이 마무리하는 걸로. 그럼 일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