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나는 진정 백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없어도 시간은 데굴데굴 잘도 흘러간다. 쓸데없는 시간이 나에게 지금 충분히 많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히려 직장을 다닐 때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정한 시간에 깨는 편인데 전 날 마음 먹었던 걸 하려고 움직이고 보면 오후 2시가 넘어가 있드라. 그렇게 2시가 넘어가고 나면 또 지금이 겨울이잖아? 해가 금방 지니까 뭐 한 것도 없이 하루가 꼴딱 지나간다. 참 잘도 시간은 가고 벌써 1월의 반이 지났다.

그리고 하즈님과 나는 늘 그런 패턴이었듯ㅋ 내가 바빠지면 하즈님이 한가하고 하즈님이 바빠지면 내가 한가한, 순환을 반복하고 있어서 작년 10월인가 11월인가, 아무튼 엄청 바람불고 추워진 날이었는데 그 날 홍대에서 보고 해가 바뀌고 1월이 반도 더 넘게 지나가는 동안 만나지를 못했다. 그 때가 하즈님이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했다고 들었던 날 쯤이었는데 말이다, 흑흑 내 님한테 얼굴 보고 새해 인사를 해주지 못해서 슬퍼요.

요즘 들어 하는 생각인데 말이다. 기록을 귀찮아하는 성격치고는 나중에 그 얼마 안되는 기록들을 다시 보는 걸 내가 꽤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여기에 쓰는 일기든, 다이어리에 자필로 쓰는 스케줄이든, 내가 어릴 때 쓰던 팬픽(...)이든 뭐든.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나 과거의 내가 쓴 글이 좀 재밌어. 변태같이ㅋ

그만 두면서 제일 찜찜했던 건 하필 더 이상 일정한 수입이 끊기는 마당에 허리가 고장난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게 또 한 번씩 물리치료 비슷한 걸 받고 오면 6만원씩 줘야되서 병원가기가 다 무서워가지고.

그래놓고 그만두자마자 옷 사고 네일 회원권 끊은 나님, 아주 잘 하시지 말입니다.

 

 

일하는 5년 동안 휴가 때 기회가 되면 받긴 했지만 진짜 제대로 이렇게 받은 건 오랫만이다. 엄청 신나했는데 막상 하고 오니 내가 색 골라서 해놓고 뭔가 마음에 안 들어. 딥프렌치라고 해서 8천원이나 더 받던데 제가 이런 걸 받은지 너무 오래되가지구 하는 말인데 본래 요거 하는 데 이렇게 비싼겁니까아?

 

엊그제는 영화를 보았다. 하즈님한테도 말한 적 있지만 내가 '영화관에서 솔로 혼자 보는 영화 중에 가장 돈 아까운 장르'인 로코물을 참 즐겨보는 사람인데 말이다. 영화관에서 로맨틱코미디를 본 게 엄청 오랫만이기도 했고 나간 김에 시간도 딱 맞고 해서 본 영화였는데 다 끝나고 나오는 내내 기분이 좀 찝찝했다. 로코물의 정석은 다 때려넣었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도 됐고 근데 뭐가 문제지? 내가 너무 찌들었나?

아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남자주인공은 너무 저런 병신호구새끼가 따로 없고 여자주인공은 어마어마한 쓰아앙년이고 서브남은 살짝 버릇은 없는데 멋있고 쿨함!의 탈을 뒤집어 쓴 스토커새끼고. 내가 좀 비현실적인 맛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인데 이건 보는 내내 곱씹으면 읭? 스럽고 헐? 스러운 부분들이 많아서 좀 그랬어.

아 맞다. 블베 케이스가 아작나서 해녀복 케이스로 바꿔 주었다. 뭐든지 험하게 쓰는 내 성격 상 진작에 저 케이스부터 장착해줬어야 맞는 거였는데 온갖 스크래치 다 내고 굴릴만큼 굴린 후에야 케이스르르 바꿔 줬.. 그것도 본래 케이스가 금이 가서 깨져가지구ㅇㅇ. 근데 저거 뒤집어 씌워주니까 내가 봐도 귀엽고 남들이 봐고 귀엽고 진작 좀 할 걸.

음, 이제 일기 다 쓰면 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