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이는 평범하게 학교나와서 평범하게 수능치고 점수 맞춰서 대학 온 케이스. 입학식을 왔는데 식은 길고 상혁이는 지루함. 미짜 탈출해서 당당하게 술집 드가서 술빠는데 맛들린 상혁이는 그냥 어서 빨리 끝났음 좋겠는데 올해 무슨 아이돌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서 축하공연을 한다함 그게 성재‥
옆에서 동기들이 누구는 수능 뼈빠지게 치고 입학했는데 누구는 티비 몇번 나오고 특별전형으로 학교 온다고 분개하지만 상혁인 아무튼 됐으니까 식이나 어서 끝났으면.
축하공연 끝나면 식 끝날줄 알았는데 또 교수님 말씀이 이어지길래 빡친 상혁이는 입학식을 중도포기하고 나감. 다른 학교 입학한 친구들 불러내느라 폰 보면서 걸어가는데 누가 팍 밀치길래 고개를 드니 왠 남자가 자기를 짜증스럽게 쳐다봄. 그 뒤로는 아까 그 아이돌그룹이. 뭐야 복도 전세냈나 분위기 심오해지고 짜증게이지 솟구치는 상혁이 아저씨 뭔데 사람 밀치냐고 욕 장전하고 있는데 그 뒤에 있던 성재랑 눈 마주침. 오메 시발 연예인이라고 잘생기긴 드럽게 잘생겼다고 순간 생각하겠지. 그때 성재가 대신 사과함 미안하다고 가던길 가시라고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일로가세여~ 안내하듯이 팔도 내밀고 길도 터줌. 화내려다 뻘쭘해진 상혁이는 걍 성재한테 고갯짓인사 하고 그 길로 지나감. 뒤로는 시끌시끌하니 걔네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멀어져가고.
입학식 이후로 상혁인 여전히 그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데 유명하긴 꽤 유명한지 성재 이야기가 자주 들림. 학교에 나오긴 하는 모양인듯 성재 출석하면 학교가 들썩들썩. 하지만 수업 한두개 듣고 스케쥴 때문에 가버리는 성재. 다시 만난건 입학식 이후로 한 3주 지나서? 상혁이 듣는 교양수업에 육성재가 뜸. 교수님이 출석 부르는 거 듣긴 했는데 안나오니까 안듣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3주차 수업에 교수님이랑 앞문으로 같이 들어온다ㅋㅋㅋㅋ 들어오는데 상혁이랑 눈마주쳐서 상혁인 제발 내옆에 앉지 말아라 생각하는데 성재는 눈 마주친애가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라 일단 옆에 앉겠지. 수업시작하는데 오늘이 첫수업인 성재는 교재도 없고 그래서 상혁이랑 붙어앉게되고. 수업도 재미없고 옆에앉은 성재때문에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봐서 신경쓰이는 상혁인 결국 수업은 안듣고 폰게임이나 함. 사람들 시선때문에 수업듣는 척이라도 하는 육성재는 옆에서 노는 애가 어이없고ㅋ 근데 자기도 뭐 앞에 수업 다 빼먹어서 뭔소린지 모르겠어서 재미도 없으니 노트에 필담 시전. 자기도 게임하면 티나니까 그렇다고 해두자. 공부 안하냐ㅋ 쓰고 상혁이 보라며 툭툭 치는데 상혁인 이게 날 언제 안다고 반말. 왜 반말하냐고 까면 성재는 동갑아니냐고 나이 안많아보인다고 반박하겠지. 장난끼 생긴 상혁인 너보다 한살 많다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육성재 몇살인지 모르겠는거. 나보다 많으면 좆됨ㅋㅋㅋ 무조건 한살 많다고 해야지 하면서 네이버로 몰래 검색. 다행히 자기랑 갑ㅋ성재는 별 생각없고 아 동안인 형인가보다 미안하다고 쓰는데 그러다가 저번에 입학식 날에도 자기가 사과한 게 떠오름. 그때 육성재는 상혁이가 형누나 따라 입학식 온 고딩쯤 되는 줄ㅋㅋㅋㅋ 알았는데 지보다 형이래. 죄송합니다 형 근데 형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필담하면서 이름도 과도 알고 번호 교환도. 상혁인 수업 끝날때쯤 형인거 뻥이라고 할라그랬는데 수업 끝나기 10분전에 성재가 일한다고 먼저 가버렸다.
교양수업 이후로 성재는 학교에 안나옴. 상혁인 번호 알아도 별로 연락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재한테 뜨문뜨문 카톡이 옴. 성재 입장에선 데뷔후에 거의 처음으로 일반인 친구 사귄거라 관계를 놓지 않고 싶은 정도. 당황스러운건 육성재가 계속 상혁이형 하면서 존댓말을 쓰는거. 어렸을때부터 연습생 생활 한 성재는 서열관계가 깍듯했다고 한다. 평소엔 자기 뭐 촬영한다. 연습한다 정도만 말해서 연예인인거 별로 실감 안남. 주말에 누나랑 같이 티비보는데 음방에 육성재 출격ㅋ성재가 춤추고 노래하는거 보니 괴리감 쩔게 느끼는 상혁이. 무대 끝나고 무대봤다고 카톡 보내봄. 성재는 땀 식히다 카톡받고 뭔가 좀 오그라들고 쪼그라드는 느낌. 귀척 쩌는 무대였기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 쪽팔려 했음 좋겠다. 그딴거 말고 다른거 옛날거 춤 잘추는거 찾아보라고 ㅋ 투닥투닥하고 상혁인 걸그룹 물어보고 암튼 점점 친해지길 바라.
시간은 흘러흘러 중간고사. 바쁜 연예인 육성재는 다른 시험은 다 레포트로 돌렸는데 상혁이랑 같이 수업듣는 교양은 레포트 전환 안된다함ㅋㅋㅋ 그래서 다른 사람들 중간고사 다보고나서 따로 교수실에서 시험보기로 함. 그러나 육성재는 수업도 한번 들어간게 교재도 없어서 상혁이형한테 sos를 치겠지. 만나자고 한 적은 처음이라 상혁이도 거절 안함. 성재 주려고 프린트물 같은것도 챙겨놨음ㅋㅋ밖으로 멀리 못나오는 아이돌 육성재를 위해 연습실 근처 카페까지 상혁이가 친히 강림. 온 김에 공부도 좀 알려주고 돈 잘버는 육성재가 고맙다고 밥도 비싼걸로 사줘라. 청담 밥으로다가ㅋ 농담 따먹기 하다가 띠 이야기가 나왔는데 상혁이가 개띠 말해야되는데 아무생각없이 돼지띠 말했다가 뻥친거 들킴. 그때까지 상혁이가 계속 형노릇 하고 있었던걸로ㅋ성재는 분개하고 계속 상혁이가 강의셔틀하는 걸로 사건 종료. 둘이 이제 말 까고 레얼 칭구가 됨.
상혁이 덕분에 시험 잘보게 된 성재는 걸그룹 걸그룹 노래를 부르는 상혁이에게 음방 관광을 시켜주기로 함. 매니저형 졸라서 어찌 방송국까지 데려왔는데 상혁이가 그렇게 걸그룹 타령 하던거 치고 맥을 못추는거. 보기보다 쑥쓰럼 많이 타는구나 싶어서 지가 되려 오버하고 싸인 받아주고 말도 붙여주고 하는데도 상혁인 흥이 안남. 상혁이도 처음엔 걸그룹 보러 간대서 신났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상상했던거보다 별로 안예쁜거같고 암튼 동하지가 않음. 옆에서 자기때문에 육성재가 굿을 치는데 그게 괜히 배알꼴림. 쟤는 왜 저렇게 열심인지 모르겠고 자기는 왜 그게 싫은지 모르겠고. 육성재는 지가 기껏 노력했더니 시큰둥한 상혁이 때문에 빡침ㅋ 매니저형 회유하는 것도 힘들었고 걸그룹 애들한테 친구 싸인 부탁하는 것도 가오상하는데 반응까지 뜨뜻미지근하니까 짜증이 나 안나ㅋ 결국 둘이 방송국 계단에서 싸우고 상혁인 먼저 가버림. 성재는 그날 하루종일 방송이 말렸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존심 싸움 하느라 연락두절. 상혁이는 성재 말고도 친구도 많고 할일이 많아서 조금 덜 괴로운데 육성재는 상혁이 아니면 바깥세상 평범한 이야기를 하나도 못들으니 답답하고 심심하고. 상혁이가 뭐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 연습하다가도 딴생각 한다고 혼나기를 몇차례. 그시간 상혁이는 번화가에서 친구만났다 돌아가는데 마침 지하철에서 육성재그룹이 찍은 광고를 보게 됨. 오늘 번화가에서는 길거리에서 육성재 노래 나오고 들어가는 매장에 육성재사진 걸려있고 그래서 상혁이 기분이 심란한 상태. 아량이 넓은 자기가 먼저 화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심하게 뭐하냐? 보냈는데 바로 1이 사라짐ㅋㅋ 상혁이 식겁. 성재는 타이밍좋게 개인연습시간이었던걸로. 다시 연락하게 됐는데 상혁이가 집에 가는 길이라 하니 연습실 쪽으로 오면 안되냐 보고싶다 드립 난무하는 성재. 자기도 오래 못봐서 얼굴이 궁금하기도 해 상혁이가 결국 가줌ㅋ다들 독방에서 개인연습 중이라 성재는 몰래 연습실을 빠져나가고. 그렇게 저번에 공부하던 카페에서 다시 만나는데 성재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상혁이랑 눈마주침. 그 순간 속에서 뭔가 확 피어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해짐. 음료는 상혁이가 먼저 시켜놓은걸로 하고.. 그때 진동벨 울리는데 성재가 진동벨 냅다 가로채서 자기가 가지러 감. 자기 멜랑꼴리한 기분 좀 진정시키려고ㅜㅜ 아이고 육성재 놀랬어ㅋㅋ음료 받아와서 아무렇지 않은척 대화하는데 속으론 지금 이 기분이 뭔지 잘 모르겠음ㅜㅜ 걍 상혁이가 존나게 반갑고 이뻐죽겠고 보고싶었던거 같고. 상혁이가 금방 간다고 할까봐 아무말이나 막 내뱉고 있는데 연습실 탈출을 들켜서 멤버 형이 잡으러 옴. 붙잡힌 채로 인사하면서 끌려가는 육성재‥ㅜㅜ 상혁인 웃으며 귀가. 요 몇주 심기불편했는데 이제 마음 편해짐.
그날부터 머리가 터지게 고민한 성재는 이게 자기가 옛날에 여자 좋아할때 느끼던 감정임을 깨닫고 식겁. 부정도 하고 세뇌도 하고 다짐도 해봤지만 결국 자기는 상혁이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고야 말았음. 말갛고 뽀얗고 말랑한 순둥이 얼굴이 매일매일 생각남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할때도 스케쥴 할때도 밥먹을때도 이동할때도 잘때도. 생각날때마다 연락을 시전했더니 그때부터 성재는 상혁이한테 연락하는 횟수가 세배는 늘었음. 상혁이도 한번 싸우고 났더니 부쩍 말이 많아진 성재가 좀 이상하긴 한데 귀찮지는 않음. 성재가 최근에 꼬박꼬박 스케쥴 보고를 하기 시작했는데 가끔 말도없이 무대 올라가거나 하면 사정 모르는 상혁인 얘가 왜 갑자기 말이 없나 불안해하고. 라디오 같은거 나오면 시간 맞으면 듣기도 하고. 예능같은것도 나오면 챙겨봐주고. 그거 봤다고 보고하면 성재는 또 신나서 상혁이한테 녹화후기 같은거 털고 하는 소소한 나날들. 대신 여자연예인 이야기는 상혁이가 아무리 물어봐도 절대 안해주는 성재ㅋㅋㅋㅋㅋ
날씨는 들척지근 하다 못해 뜨거워진 여름 기말고사 시즌이 됐음. 상혁인 에어컨 빵빵한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음. 성재는 좀전에 마지막으로 라디오 스케쥴 하러 간다고 한 이후로 연락없음. 밤 10시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음. 발신자 성재. 이 시간에 갑자기 자기 학교에 왔다고 내려오래서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 1층으로 내려감. 입구에 조오온나 화려한 무대의상을 차려입은 육성재가 방송용 메이크업을 하고 아이스커피 두잔을 들고 서있겠지. 주변으로 여자애들이 슬금슬금 모여들고 있고 난처하게 웃고 있는 육성재를 본 상혁이가 일부러 여자애들 막 밀면서 말걸었음 좋겠다. 야 넌 왜 귀찮게 여기까지 와서 시끄럽게 굴어. 일부러 말도 막하는 상혁이는 성재 데리고 사람 잘 안다니는 데까지 데리고 옴. 성재는 라디오 끝나고 스케쥴이 없어서 어떻게든 상혁이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 갈 변명을 만들어냈음. 교수님한테 뭐 받아와야 된다고 뻥쳤는데 매니저형이 대신 받아다 준다고 함ㅜㅜ 아니 그게 아니고 교수님 면담도 해야한다고 하니 숙소 들러서 옷갈아입고 다시 데려다 준다고 함ㅋㅋ 그러면 상혁이가 집에 가버릴것 같아서 교수님이 꼭 빨리 오랬다고ㅋㅋ 아무튼 그럼 성재 학교에 내려주고 나머지 애들 숙소에 놓고 올테니 그때까지 볼일 보랬는데 학교에 교수님이 밤 10시까지 계실리가 없잖아요‥ 나름 서프라이즈였는데 상혁이가 면박줘서 좀 슬펐음. 사람 없는데까지 끌려오는 동안 아오! 야!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데! 어후 씨! 하면 상혁인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하고 가자고 육성재 온거 광고때리냐고 싸워라ㅋㅋㅋㅋ 사람 없는데쯤 와서 성재가 삐져서 커피 두손에 다 쥐고 안주니까 상혁이가 그거 나주려고 사온거 아니냐고 뺏어가고. 날도 더운데 찬거 먹으면서 매니저형 올때까지 산책이나 하겠지. 성재는 지금이 꿈같고 상혁인 기분이 몽글몽글하고. 연예인 옷 입고 온 성재 상혁이가 기깔난다고 자기 기죽는다고 잔뜩 놀렸음 좋겠다.
어영부영 1학기가 끝났음. 성재도 활동 마무리시즌. 상혁이는 종강기념 친구들과 술빨러 가서 술을 진탕 먹고 꽐라가 되어버림. 평소엔 육성재나 자기가 귀찮아질까봐 쉬쉬했는데 술먹고 내장부터 끓어오르는 연예인친구부심에 친구들한테 자기 육성재 짱친이라고 자랑 시전. 구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친구들이 통화라도 해보라며 부추기고 상혁이는 의기양양하게 전화를 걸었으나 성재는 끝끝내 받지 않았음ㅠㅠ 결국 뻥쟁이가 된 속상한 상혁이는 이게 다 니탓이라며 문자를 남겨놓고. 일하다 나중에 나중에 문자를 본 성재가 상혁이에게 전화를 하니 이미 취할대로 취한 상혁이가 받아서 전화 왜 안받았냐고 너땜에 나 뻥쟁이 됐다고 술주정 징징 크리ㅜㅜ 성재는 오구오구 하며 귀여워하겠지. 통화녹음도 하고ㅜㅜ 보러 가고 싶은데 잡지촬영이 아직 덜 끝난상태. 끝난다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빨리 끝내면 나가 놀 수 있게 해준다는 매니저형 약속을 얻어내고 폭풍 근무 후 퇴근길에 상혁이에게 전화를 함. 집앞인데 술 좀 깨고 들어가려고 앉아있다는 상혁이에게 물어물어 집앞으로 찾아가겠지. 아파트 구석 화단 같은데 마르고 긴게 등굽어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데 으이구 이쁜거ㅜㅜ 성재는 상혁이 옆에 앉아서 어깨에 머리 기대게 해주겠지. 상혁이는 잠결에 성재인거 알고 편하게 기대고. 상혁이가 잠든거 확인하면 성재가 정수리에 뽀뽀하고 손가락에도 하나하나 손바닥에도 뽀뽀 해줬으면 좋겠다. 손깍지도 끼고. 상혁아 내가 너 좋아해. 하는데 상혁이 머리가 졸다가 뒤로 떨어져서 깸ㅜㅜ 성재는 상혁이가 자기 말 들었을까봐 노심초사. 일어난 김에 잘잤어? 인사도 하고 애가 축축 늘어지니까 집에 올라가라며 엉덩이도 툭툭 쳐주고. 그렇게 여름밤 성재의 고백은 물거품이 되어 빠잉
상혁이도 방학하고 성재도 활동이 끝났는데 둘은 의외로 자주 만날 수 없었음. 가수는 앨범 안내면 노는 줄 알았던 상혁이는 연습ㅡ녹음ㅡ연습ㅡ방송ㅡ연습 루트의 성재 스케쥴을 보고 기함을 함. 자기는 하루에 15시간씩 자는데 하루에 5시간 자고 소처럼 일하는 성재가 위대해보임. 그때쯤 상혁이는 저번에 성재가 뽀뽀하고 고백한 걸 기억은 있는데 술김에 꿈꾼 줄 알고 있음ㅜㅜ 그런 꿈을 꾸다니 자기가 이상함. 성재한테 미안하고 자기가 미친거 같음ㅜㅜ 멘붕수습하고 있는데 하루는 성재한테 하루 휴일받았다고 놀자고 연락 옴. 놀기 위해 만난 건 처음이라 둘은 일찍부터 만나서 놀았음. 밥먹고 커피물고 피씨방도 가고 오락실도 가고. 상혁인 남자사람들 만나면 항상 다니던 루트인데 성재가 너무 신나함. 자기 피씨방 진짜 오랫만이라며 그동안 노트북으로 게임 하느라 속터지는 줄 알았다며 신나게 노니까 성재가 짠하긴 한데 덩달아 상혁이도 기분이 동동. 그렇게 놀고 있는데 상혁이 친구가 너 진짜 육성재랑 친구냐 하며 사진을 하나 보내 줌. 오늘 압구정에서 육성재 본 후기라며 저랑 성재가 카페에서 나오는 걸 찍은 사진이었음. 옆에서 어깨 너머로 사진을 본 성재는 인상 확 그으면서 근처 가까운 영화관에 데리고 들어감. 아무거나 시간 제일 빠른거 두개를 끊고 들어갔는데 하필 애들용 애니메이션이다ㅋㅋㅋㅋㅋ 상영전 광고타임이라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북적북적 하게 소란한 극장안에 앉아서 성재가 사과하겠지. 미안하다고 니생각 못했다고. 얼굴 팔리는거 생각했어야 하는데 실수라고 진지하게 사과하면 상혁이는 대뜸 성재더러 핸드폰 좀 내놓으래. 건네주면 성재얼굴 끌어당겨서 같이 셀카를 찍음ㅜㅜㅜ 연예인이랍시고 얼굴 존잘이네ㅜㅜ 자격지심 생긴 상혁이는 일부러 성재 좀 못나온 사진 골라서 나 이거 애들한테 뿌린다. 저번에 안 믿은 애들 다 죽었어. 하며 개구지게 웃겠지. 너도 뿌릴거면 똑같은 사진으로 뿌리라며 니가 더 잘나온 사진 올리면 죽는다고 으름장 놓고 결국 그날 성재 트위터엔 내친구 상혁이랑 어린이 애니메이션 보러왔다는 새글과 함께 사진 한장.
상혁이는 사실 육성재 친구라고 얼굴 판게 이렇게 큰 폭풍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음. 존재도 모르는 사돈의 팔촌 조카가 전화를 하질 않나 자기는 기억도 안나는 유치원 시절 짝꿍이라는 애가 자기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말을 걸어 오는 걸 보고 이런게 연예인효과인가 싶어 좀 무서움. 휴가 이후로 성재는 컴백 준비한다고 휴가 전보다 더 바빠졌음. 그날 이후로 당연히 얼굴 한번 보지 못했고. 여전히 방학이고 날이 덥고 할 일도 없는 상혁이는 거실 바닥에 늘러붙어 있는 상태. 장마철도 아닌데 오늘 이상하게 기분이 안좋음. 누워서 하던 게임을 연속으로 몇판이나 지고 나서 기분이 더 안좋아져서 게임을 꺼버렸음. 습관처럼 네이버 어플을 켰는데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육성재. 이게 뭐야 싶어서 눌러봤는데 육성재 스캔들이 터짐. 파파라치 사진으로 포털사이트가 도배가 되어 있었음. 상혁이는 왠지 달달 떨리는 것 같은 손가락으로 사진을 하나하나 눌러봄. 성재가 걸그룹 뭔 멤버랑 같이 카페에서 나오는 사진임. 사진 속 성재는 자기가 성재 생일날 사준 반팔티셔츠를 입고 그 기집애가 나오기 좋게 문을 잡아 주고 있었음. 자기랑 휴가날 같이 갔던 그 카페였음. 상혁이는 막 속이 일그러지는 느낌. 기분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음. 성재한테 전화를 해봤는데 안받음. 카톡을 남겼는데 안읽음. 전화를 두통 세통 네통 쌓아가는데 한번도 받지를 않아. 메세지 창에 1도 사라질 기미가 안보임. 거실 바닥을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하던 상혁인 결국 박차고 일어나 운동화를 꿰어 신음. 육성재 이 씨발새끼가-, 자기가 욕을 하는게 전화를 안받아서인지 카톡을 안봐서인지 모르겠음. 오늘은 진짜 모르겠는거 투성이.
무작정 연습실 앞으로 찾아갔더니 왠 기집애들이 드글드글. 그래서 저번에 만났던 카페에 들어가서 전화를 또 걸었지만 받질 않아. 상혁이는 지금 연습실 앞 카페라고 카톡을 보냈음. 바로 전화가 왔음. 받자마자 씨발놈아 전화를 왜 안받아, 하는데 그래도 전화를 받으니 좀 진정이 되는 거. 성재는 아무 말이 없었고 상혁이는 느릿하게 음료를 시켜서 자리에 앉았음. 천천히 하나 하나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대뜸 성재가 나 아니야, 한다. 그게 너무 잔잔하고 물기 어린 목소리라 상혁이도 덩달아 입을 물었음. 나 아니야 상혁아.
성재는 정말 억울했음. 그런 의도로 만난 게 절대 아니었는데, 그냥 우연이었음. 뒤에 매니저형도 있었고 카페에서 나와서 바로 각자 차 타고 헤어졌음. 그런게 찍혔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자기도 정말 황당함. 그 와중에 더 짜증이 나는 건 그 기집애 회사 쪽에서 맞다는 식으로 은근히 대응기사를 내는 거였음. 오늘 성재의 핸드폰은 불이 나게 울렸고 그 중 상혁의 전화도 있었음. 한상혁 이름이 뜨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음. 상혁이가 이 사실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정말 그 기집애랑 사귄다고 생각할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면 전화가 끊겼음. 한 두시간 전화가 없는 동안 성재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몇번이나 끌어올렸음. 연습은 취소가 되었지만 밖에 모인 팬들 때문에 연습실 밖을 나갈 수가 없었음.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그냥 멍때리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상혁이한테 다시 전화가 옴. 또 안받으니까 저가 지금 연습실 앞 카페라고 메세지가 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음. 멘탈이 불안정함. 상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단번에 받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음. 울고 싶다.
나 아니야, 그거 아니야, 믿지마 한상혁, 나 걔랑 안사겨. 걔 안 좋아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은 상혁이는 그냥 듣고 있었음. 어지간히 억울한 모양인지 목소리가 점점 떨리는 것 같이 느껴짐.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그냥 곧이 곧대로 믿어줄 생각이었는데 정말 여러번 부정하는 성재가 안쓰럽고 애틋하고 뭐 그런. 상혁아? 되물어오는 성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상혁이 대뜸 나는 너 좋아해. 말해놓고 상혁이는 으어니ㅏ얼ㅈㄷ 아니 씨발 내가 지금 뭐라고 한거야 싶어서 그게 아니고 친구로 니가 참 좋다고 더듬더듬 변명하고 있으면 성재가 한참 있다가 나도, 하겠지. 육성재는 지옥같은 오늘 하루 끝에서 상혁이에게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음. 한줄기 빛이고 위안이고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자기 마음을 한상혁한테 내보여줄 수가 없을 것 같았음. 힘든 하루를 보낸 성재는 멘탈이 가루가 되어 다른 생각이 없었음. 니가 남자여도 좋아. 너를 좋아해. 그런 기집애가 아니라. 상혁이는 성재 고백을 듣고 그제서야 자기가 성재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음. 아 이게 내가 육성재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속이 달큰해지는 게 남자한테 고백받았다고 화가 나야 되는데 하나도 그렇지 않구나. 핸드폰을 든 손도 뜨겁고 귀도 뜨겁고 마음도 뜨거운 기분이 생소함. 막 침묵이 이어지니까 그제서야 육성재가 당황해 하면서 사과하면 상혁이가 그래 그럼 사귀자 했음 좋겠다. 성재는 벙쪘다가 진짜? 정말? 진짜야? 무르기 없다면서 소리 지르고 신나하고 상혁이도 웃고. 성재가 연습실 블라인드 쳐 놓은거 들어올려서 창문에 매달려서 상혁이 여기 보라며 막 소리지르고. 팬들도 소리 지르고. 카페에서 나온 상혁이도 멀찌감치서 성재 발광하는 거 보고 같이 웃고. 야 임마!! 고맙다 한상혁아 내가 잘 할게!!! 매니저형이 성재 뒷덜미 채가면서 블라인드 다시 내리겠지.
하지만 그러고도 둘은 한참동안 못 만남. 사귀는 건 아니라고 스캔들은 급격히 사그라 들었지만 당분간 몸사리고 있으라고 회사에서 성재 외출 허용을 안시켜줌 ㅠㅠ 겨우겨우 연습 끝나고 친구 얼굴만 잠깐 보고 두시간 내에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성재는 상혁이를 만나러 가는 택시를 탈 수 있었음. 새벽 두시. 상혁이에겐 미안하지만 자지 말고 기다리라고 다짐을 받아놓은 상태였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상혁이 집 앞으로 뛰듯이 걸어가는데 상혁이가 저번에 술 먹고 졸던 그 화단에 앉아있는 걸 발견함. 아이고 이쁜 내새끼ㅠㅠ 성재가 막 달려가서 상혁이 한아름에 안았음 좋겠다. 너무 반갑잖아. 사귀니까 이렇게 막 안아도 된다잖아. 상혁이는 계속 아 좀 떨어져 보라며 밀고 성재는 너무 반가우니까 볼따구 붙잡고 얼굴에 뽀뽀를 퍼붓고. 오구오구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ㅠㅠ 상혁인 뭔가 이제 친구 아니고 다른 사이로 만나니까 쑥쓰럽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고 ㅋㅋ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누가 볼까봐 좀 그렇고 해서 일단 떼어내서 옆에 앉힘. 아 좀 가만히 있어봐. 성재는 저번처럼 정수리에다가도 손가락에도 하나하나 뽀뽀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상혁이가 나 이거 똑같은 꿈 꾼적 있다고 하면 성재는 그거 꿈 아니라고 할테고. 두시간은 짧으니까 금방 가겠지. 너 저기 저 별 닮은 것 같다면서 성재가 자꾸 상혁이 얼굴 쪽으로 입술을 대면 상혁이는 어디서 개수작이냐며 저리 가라고 성재 얼굴을 밀치고. 아냐 진짜 닮은 거 같아 저거 봐. 어? 봐보라니까? 하면 상혁이는 그게 웃기고 귀여워서 결국 제가 먼저 키스해주겠지. 으어 연애해라 이놈들아 ㅠㅠㅠ 연애를 해 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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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아니 공장장님은 애들 연애도 시켜주라 하지만 기력이 딸리뮤ㅠㅠㅠㅠㅠ
어제 잠이 안와서 대충 쓰기 시작한 건데 쓰다보니 이렇게 됐음
나 원래 퓨전 안좋아하는데 얘네 뭐예요 둘 케미가 다했잖아요
이 뒤에는 있는지 없는지 나도 모를..